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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대학생 청소년 교육 지원 - 이ㅇ욱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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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빛내는 교육의 가치 꿈·끼·깡·끈 >

 

걸음마 떼기

  고등학교 시절, 영어 학습에 남다른 흥미를 가진 모습을 지켜보시던 학년 부장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함께자람이라는 교육봉사 동아리의 영어 분과를 맡았습니다. 처음 담당한 아이들은 이주민 단지에 거주하며 지역 내 소외계층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학년은 동일했으나, 교육 수준이 천차만별이었기에 분과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대일 멘토링 학습법을 택했고 아이돌 사진을 활용한 수업 유인물을 제작하여 관심도를 높였습니다. 그 결과 동아리 이름처럼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뿌듯함과 더불어 아이들의 성적 향상이 이뤄져 함께 자라나며 상생할 수 있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에서 첫 봉사가 시작되었고 이후 청소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내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실무와의 사투

  그렇게 고교 3년간의 봉사를 마치고 자랑스러운 서울시립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1학년 1학기에는 그동안 해왔던 봉사는 직접 현장을 마주하고 일회적인 성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회 인턴을 지원했습니다. 대한민국 청년 리더십 교육을 이수하고 1개월 동안 국회 입법보조원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청년 인턴들과 학습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필요한 입법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쉽게 교육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법률 개정안 내용이 채택되지는 않았으나 열악한 환경에 놓인 소외계층, 이주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에 있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내용의 입법과 현존하는 법률에 대한 개정을 고민해 보는 실무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보다 말이 먼저 앞설 때(미성숙)’

  이런 경험을 마친 뒤에, 학부생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모색했고 그 결과 다시 현장과 부딪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학교 공지 사항에서 대학생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 모집 공고를 봤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배정받은 기관은 청운지역아동복지센터였습니다. 지금도 이 시기를 생각하면 마냥 마음이 좋지만은 않고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직도 아이들의 이름과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기에 눈에서 만들어진 물방울에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새겨보곤 합니다.

동작구에 위치한 이곳은 첫날부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센터까지 향하는 길이 전부 오르막길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올라가기 벅찼습니다. 도착하니 센터장님을 포함하여 네 분의 선생님이 계셨고 수업 일정을 조율한 뒤에 2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학습 방식은 다른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오는 순서대로 그날 끝내야 할 범위를 정한 뒤 거기까지 진도를 나가는 방법으로 이뤄졌습니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가을), 과학(겨울)의 과목이 있었고 초등 저학년의 경우 받아쓰기를 부탁하시기도 했습니다. 오후 1시가 넘어가자 귀신같이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1층에서부터 들려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 아이 중 맨 처음 맡았던 아이는 맑은 눈망울을 가진 4학년 남자아이였습니다. 형제가 있던 그 친구는 남자 선생님이었던 제게 편하게 다가왔고 오히려 긴장하고 있던 제게 이전의 멘토링 했던 경험과 감각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공부를 곧잘 하면서도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에 다른 또래 친구들과도 교유관계가 원만해 보였습니다. 두 번째 아이는 고작 9살이 된 2학년 여자아이였습니다. 아직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에도 서툴고 받아쓰기를 하면 이어 쓰기를 해서 많이 틀리곤 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고 수학 암산에 있어서는 월등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많이 칭찬해 줬던 아이로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아이여서 오히려 끝나고 나니까 더 애정이 가는 3학년 남자아이였습니다. 이제껏 수많은 아이를 봐왔지만, 지금껏 멘토링 해온 방식이 비슷했고 처음에는 어려움을 조금 겪을지라도 금세 잘 따라와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달랐습니다. 수업의 시작과 끝에서 집중할 생각이 없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지우개질만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좋게 타일러보려고 노력했으나 변화가 없는 모습에 지쳐갔고, 그만 저질러서는 안 될 실수를 했습니다. 나이가 한 친구를 얘기하면서 네가 나이도 더 많은데 부끄럽지 않느냐며 비교했습니다. 조금 더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어서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수업을 마쳤고 다른 아이의 멘토링까지 끝나고 나서야 집으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나섰습니다. 한 주가 지났고 다시 센터로 향했습니다.

  항상 센터에 오면 그 친구가 오는 시간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 친구의 학습을 맡곤 했었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옆방에서 다른 멘토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그 친구는 제 눈을 피했습니다. 그때 다시금 지난 일이 떠오르면서 오만 가지 생각이 오갔습니다. 아이들마다 개성이 다 다르고,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이 엄연히 다르기 마련인데 획일화된 교수법만 강조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고 시간의 유한함이라는 것을 핑계로 학업적 지식의 전달에만 힘쓰고 아이들과의 소통에 소홀히 했던 지난날의 과오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동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또래집단과 비교하기라는 오류를 범한 저는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과는 언제 해도 늦다는 말이 있기에 그 친구를 불러 따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안한 마음은 가득했으나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막막하던 찰나에 그 친구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선생님, 저 아무 일도 없는데 선생님은 왜 저랑 같이 공부 먼저 하자고 말을 안 해주시나요?’라며 웃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이 말을 다시금 돌이켜보니 어쩌면 그 친구는 저보다 이미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했던 것이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 그 친구를 비롯한 아이들과 멘토링을 진행할 때 진도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며 아이 각각에게 알맞은 학습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아직 저학년이라서 공부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사탕과 같은 작은 간식거리를 활용해서 학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유도했고 작은 일 하나라도 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글 한 글자라도 엄청 예쁘게 작성한 글씨가 있다면 진심으로 칭찬을 해주었고 다른 아이들도 그 친구에게 엄지를 치켜 올려주는 칭찬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의 학예회도 지켜보고, 여러 행사도 거치면서 18년도 2학기와 19년도 2월을 지나, 3월 군 입대를 앞둔 채 아이들과 작별 인사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센터에서 가장 큰 놀이교실에 다른 멘토 선생님들과 모여서 간단한 송별회를 가졌습니다. 역시나 아이들답게 마무리도 큰 웃음을 주며 마무리 짓나 싶었는데 현아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대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저 역시 마음이 많이 아팠고 제대 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이별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때(성숙) 그리고 코로나

  길고 긴 입대 기간을 마치고 21년도 1학기의 날이 밝았습니다. 입대하기 전의 마음이 변치 않았기에 대학생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에 바로 신청했고 청운지역아동복지센터를 찾았으나 이미 센터의 멘토 자리가 꽉 찾는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인지 모집 기관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현재는 배봉꿈마루 도서관에서 코로나 시기에 걸맞게 비대면으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사를 보니 코로나로 인해 교육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유층 자녀의 경우 오히려 학교 교육을 비대면으로 듣는 학원에 보내거나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개인 과외를 시키는 등 여전히 높은 교육열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계층 자녀의 경우 화상 어플을 통해 진행되는 수업에서 제대로 참여할 리가 만무했으며 집중도는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학생 청소년 교육지원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교육 멘토링에 관한 분야 및 활동을 넓힐 수 없을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개척과 지속성의 확보방안 모색

  이제는 한국장학재단의 테두리를 넘어 사회로 눈을 돌렸습니다. 바로 롯데 38기 멘토링 장학생 선발 공고를 봤습니다. 공익 재단의 성격을 갖고 지속적은 체계를 갖춘 봉사 인재 양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여러 사회 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해나가는 롯데의 이념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817일 최종 합격 발표 메일을 받았고 이어서 롯데 멘토 장학생끼리 연대를 통해 사회봉사 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설립된 롯데 장학생 멘토 자치회(LOPE)에도 가입했습니다. 대학생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과 더불어 롯데 멘토링 활동, 롯데 멘토 자치회에서도 계속 활동을 영위해나갈 예정입니다.

 

시대를 이끄는 교육의 구름다리

  지금까지 해온 모든 활동이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고등학교에 이어서 대학생이 된 지금도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준 자랑스러운 서울시립대학교의 학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에서 참여하는 여러 봉사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 중에 있으며 이런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시립대야말로 복지 그늘 또는 사회적 취약 지대에 위치한 자들의 권리를 사회 안으로 끌어들여 교육의 격차를 최소화하는데 일조하는, 즉 시대를 이끄는 교육의 구름다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저마다의 끼를 맘껏 펼치며, 때로는 끝까지 도전하는 깡을 기르고, 함께 연대하는 사회를 꿈꿀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