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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대학생 청소년 교육 지원 - 최ㅇ웅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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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나를 비추는 거울 >

 

  용돈을 한번 벌어보기 위해 시작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사업에 참여한 게 어느덧 18개월 이 되어갑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 연령층의 청소년을 만나며 그들이 저 에게 배운 것만큼 저도 그들에게 참 많이 배웠습니다. 어쩌면 가끔은 아이들을 가르치려 가는 느낌이 아닌 힐링하러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대학생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근무한 곳은 중랑구의 파란나라 지역아동센터'였습니다. 시설은 꽤 열악했고 아이들은 저를 경계했습니다. 근무 초반에는 감정적인 소모가 많았습니다. 경계심이 강한 아이들은 저의 눈길조차 맞추려 하지 않았고, 당연히 학습적인 부분에서 또한 진전이 없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고, 적어도 한 학기 동안은 꾸준히 봐야 할 아이들이기에 이 상황을 두고 볼 수 만은 없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는 선배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도서관 에서 아동심리학 책도 빌려 읽어보았습니다. 이 방법이 통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한 명씩 눈을 맞추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를 하기 시작하고, 먼저 말을 거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친해진 후에 처음에 왜 그렇게 저를 피했는지 물어보니까, “공부하기 싫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돌이켜 보니 은연중에 처음부터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외부인과 유대를 형성하기도 전에 첫 만남부터 강압과 강요를 당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시절 참 싫어했던 공부를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할 때 '공감'이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육에서 권위는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종종 과하게 체벌을 하는 교사, 혹은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한 내용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안을 바라봤을 때,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의 권위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생겨난 사건들이라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저 또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교육 프로그램 초반에는 권위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를 물어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이 바뀐 후에 제 스스로의 권위적인 모습을 타파하고자, 아이들에게 존댓말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교과목에 대해 가르치거나, 제 인생에 대한 이 야기를 이따금 들려줄 때면 저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태도가 확연하게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배울 것은 있다.'라는 말처럼 실제로 대학생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에 게서 배운 것이 특히 많았습니다. 일례로, 지역아동센터 내에서 두 친구가 싸운 적이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처럼 장난이 과해져 한 쪽이 기분이 상해서 싸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화해를 시켜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으나 싸운 지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그 친구들은 서로에게 화해를 청한 상태였습니다. 두 친구를 따로 불러 얘기를 해보았는데 그 둘의 답이 거의 같았습니다. 상대방이 악의를 품은 것이 아니니 화해는 빠를수록 마음이 편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도 인간관계 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태였는데 이 대답을 들으니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며 계산적인면을 따지고 자존심을 세우던 저에게 큰 배움이었습니다.

 

  대학생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하다가 보니 1년을 채웠습니다. 처음에 경계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제 몸에 매달려 장난을 치거나 학교에 있었던 고민거리들을 얘기하며 서로 라포가 많이 형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 년이라는 기간 동안 아이들과 저는 함께 성장했습니다.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사칙연산도 어려워하던 아이가 인수분해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실제로 학교 내신 성적 또한 상당히 향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보람찼던 것은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학습프로그램 초반에는 수업시간에도 일어나서 뛰어다니고 장난치는 것이 부지기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도 향상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어 습관도 초반에 비해 눈에 띄게 교정이 되었으며, 제가 아이들을 통해 공감능력이 상당히 향상될 것처럼 아이들도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공감능력도 저와 함께 높아졌습니다. 정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활동이었고, 군 입대로 인해 불가피하게 교육프로그램에서 빠져야 했기에 유독 아쉬움이 컸고, 일 년 동안 정든 아이들을 떠나는 것이 서운했습니다. 아동복지센터로 출근하던 마지막 날에 한참을 포옹한 후에야 발을 뗄 수 있었습니다.

군대를 전역한 후 저는 구청에서 진행하는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지역 의 초등학생들을 방과 후에 돌보고 교과목 공부를 돕는 일입니다. 2년 만에 아이들을 접하니 처음 대학 생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처럼 막막했지만 경험이 있으니 아이들과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상당히 쾌적한 환경에 공부만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닌 아이들의 생활 전반적인 부분에서 쉼터로 쓰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돌봄교사와 아이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고 아이들은 교사들을 닉네임을 정해 호칭합니다. 제가 두리번거리는 모습 이 펭귄 같다 하여 아이들이 저에게 펭귄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어 세 달 째 '펭귄쌤'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공간이 쾌적한 만큼 지원되는 부분도 많아서 제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진행해보기도 합니다. 코로나 4단계 격상 이전까지는 주 1회씩 영화를 보고 간단한 그림일기나 감상문을 적어보는 활동을 하기도 했고, 미술 수업이나, 센터 옆의 공터에서 피구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4단계 격상으로 인해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정서적인 성장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하려고 독서 같은 것도 소소하게 진행하고는 합니다. 아이들의 참여도도 높고 각자가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듣다 보면 저도 생각하지 못한 답변을 듣고 놀라기도 합니다. 어느새 아이들이 먼저 저에게 오늘은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기대하며 묻는 것을 보면 기획자로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위의 두 활동 이외에도 짧은 청소년 멘토링을 자주 참여했었는데,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을 자주, 다수 참여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프로그램이나 돌봄센터에 대한 환경적인 측면을 비교를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을 돌보는 곳과 입대 전 아이들을 돌봤던 공간이나 환경을 비교해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사업규모가 다르고 중점화하고 있는 지향점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환경에 대한 격차가 크니 아이들의 생각이나 생활환경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을 참여를 하며 이런 격차들이 점점 줄어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공감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곧 미래다.”라는 말이 이제 제가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쳐보니 말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에 모든 아이들이 공정한 기회와 좋은 환경을 제공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회공헌 활동자가 더 많이 노력하고 지원하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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