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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봉사활동 - 이ㅇ재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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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엄마와 같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옷을 산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이었지만 오히려 새 옷보다 더 편안하고 잘 맞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는 저에게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목적과 더불어 오래된 것들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아늑함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4학년이 되어 졸업인증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봉사를 할까 고민하던 중 어릴 적 가곤 했던 아름다운 가게가 생각났습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아름다운 가게의 슬로건이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코로나로 인해 이웃 간의 나눔이 중요시되는 시기에 정말 필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저는 아름다운 가게 미아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7월과 8월에 걸쳐 총 7번의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1시 반까지 하루 4시간씩이었는데 중간에 간식도 주시고 매니저님들께서 잘 챙겨주셔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아름다운 가게는 헌옷, , 문구류, 가전 등 중고 물품들을 기증받아 판매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제 3세계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는 곳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역시 가게이기 때문에 9시반부터 10시 반까지 오픈 준비를 합니다. 본사로부터 당일 판매할 물건들을 받고 어제 들어온 기증품들을 본사로 보내기도 합니다. 청소도 하고 제품 배치 및 진열도 합니다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10시 반에 오픈을 합니다. 제가 봉사활동을 한 아름다운가게 미아점은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오픈전부터 서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셨고 운영 중에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가게를 이용하고 계셨습니다.

 

  오픈을 한 후 봉사자들은 크게 네 분류로 나누어서 활동을 합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사람, 기증품 접수처에서 기증품을 받는 사람, 체온 측정을 하는 사람, 진열된 상품을 정리하는 사람 이렇게 네 종류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기증품 받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기증자분들이 기증품을 갖고 오시면 종류를 구분해 수량을 파악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작성해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물건들이 들어올 때마다 기증자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한 번에 너무 많은 물건들을 들고 오시는 분들도 계셔 간혹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한 아주머니께서 옷을 320벌 가량 들고 오셔서 한참 동안 세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이처럼 많은 분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증자분들 중에는 쓰지 않는 종이가방까지도 가지런하게 잘 모아오셔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주고 가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는 종이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버렸던 기억들이 났습니다. 나눔이나 재활용 같은 것은 큰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작은 일들이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운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생각을 바꾸어 일상생활 속의 작은 일들로부터 환경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들을 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기증이 오지 않는 때에는 본사로 되돌려 보낼 옷들을 정리하거나 할인 상품들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일반 기증자분들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기증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본사로 돌려보내는 옷들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의 재활용이 실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또한 그만큼 자원 낭비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들어놓고 입지 않는 옷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 옷인데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팔리지 않아 되돌려보내는 옷들이 많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자원을 재활용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일 겁니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나눔과 재활용을 실천하는 것만큼이나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 시간에는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거나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진열대 정리를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구경하시고 옷을 입어보시거나 물건들을 만져보셨기 때문에 정리를 계속해 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손님들께서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시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사 가시는 걸 보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와 봉사자들도 활동을 마치고는 구매자가 되어 필요한 물건을 사가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는 정말 잘 살펴보면 좋은 물건들이 많습니다. 새것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중고로도 좋은 물건들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사용하던 지갑이 많이 헤져서 새것이 필요한 상태였는데 마침 좋은 제품이 들어와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고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 장년층이나 나이 드신 분들만 오실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젊은 학생들도 많이 와서 본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20대 여성분들은 매장에 있는 옷들을 모두 뒤져서 그중 가장 예쁘고 좋은 옷들을 한 아름 골라가기도 했습니다. 꼭 비싸거나 새 제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과 아름다움을 낼 수 있는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소비는 합리적인 가격에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매자에게도 이득이지만 무엇보다 이 금액들이 제 3세계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구매 자체가 나눔이 되는 의미있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자원봉사자들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천사라고 부릅니다. 손님들의 구매 행위 자체가 기부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소비활동이 환경을 지키고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아름다운가게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아름다운가게는 벌어들인 수익을 통해 다양한 나눔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외계층의 생활 지원을 목적으로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초록산타 등을 진행하고 있고 공동체 기능 유지 및 강화를 위해 청소년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아름다운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케냐 등 지구촌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해외 지원활동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 가운데 지역사회 구성원과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현장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으며 나눔사업과 관련된 수입과 지출 내역을 모두 공개하여 기부금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증자들과 기부천사들의 기부가 사회의 곳곳에서 잘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참 다행입니다.

  또한 아름다운가게는 매장에서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닐봉지는 일체 사용하지 않으며 손님들을 위한 쇼핑백도 기증자들이 기증해준 종이봉투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식을 사러 갈 때도 항상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봉사자들과 매니저님들 모두 개인 텀블러를 사용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7번의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다른 봉사자들과 친해지고 매니저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또 다른 나눔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다른 분들로부터 기증받는 법을 배웠는데 어느새 제가 새로 오신 분께 기증을 가르쳐 드리고 함께 기증을 받고 있었습니다. 활동시간이 자주 겹쳤던 분들과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 학교생활 등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간식 시간에는 근무를 맡아주는 등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또 매니저님들께서는 모든 일들을 항상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어려운 일들이 있으면 금방 오셔서 해결해주셨으며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격려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봉사시간을 다 채우고 고향에 내려가게 되면서 봉사활동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봉사활동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는 형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작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봉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은 형식적인 시간 채우기에 불과하니까 굳이 시간을 들여서 할 필요는 없어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나눔에 동참함으로써 내가 더 많은 것을 받아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니저님께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드렸는데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을러진 마음을 고쳐서 다시 그때의 마음을 실천해야겠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옷을 사는 게 부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물건들은 정말 좋은 물건들이고 여기에는 기증자들과 기부자들의 따뜻함이 더해져 있습니다. 새 옷들을 사더라도 제가 가장 편하게 즐겨 입었던 옷들은 아름다운가게에서 사 온 것들이었습니다. 아마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더해져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